나는 인간 행위를 조롱하거나 한탄하거나 경멸하기보다는 이해하기 위해서 끊임없는 노력을 경주해 왔다

베네딕트 스피노자,정치논고,1677년

떠나기

라스베가스 3

아펙트 2012. 4. 18. 18:14

벨리 오브 파이어(불의 계곡) 가는 길입니다.

모래사막이 아닌, 황량한 황무지 같은 그런 사막입니다. 이름 모를 풀들이 2~30센치 미터 간격으로 나 있는것 말고는 그냥 굵은 모레자갈만 있는 그런 곳이죠. 도로는 평탄화 작업을 하지 않아서, 약간씩 오르락 내리락 합니다. 그냥 황량하다는 느낌.

 

 

 

위에 길 어디 쯤엔가에서 내려서 사진을 몇장 찍었습니다.

사막에도 꽃은 피고, 벌(?)도 꿀을 따고 있습니다.

 

 

탱크어쩌구 하는 곳으로 가는 길이다. 괴암들 사이로 드라이브하는 기분은 좀 색달랐다.

 

이곳 인디언들과 이주민들은 트러블이 많았다고 한다. 인디언들은 이곳에 숨어서 오랫동안 지냈다고 한다. 트랩을 설치해서 백인들이 못들어 오게 했고, 비도 오지 않고, 먹을 것도 없을것 같은 이곳에서 어떻게 지냈는지, 고운 모래가 깔린 길을 걸으며, 인디언들을 내내 생각했었다. 아래 벽화는 아마도 신석기시대에 살았던 인디언들이 만든것이라고 한다. 탱크라고 불리는 것은 이 길 끝에 물저장소가 있어서 였다. 길끝에 약 5미터 깊이의 바위 웅덩이가 있었고, 거기에 물을 저장하고 생존했다고 한다. 그냥 보이진 않고, 바위에 발과 등을 기대고 약간 옆으로 들어가면 웅덩이가 보인다. 이런 모습을 보고 백인 할아버지는 "점프 할려구?" 하면서 환하게 웃으신다. 영어도 못하는데 말시키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리고 그들은 가벼운 스킨쉽을 즐기는듯, 식사중에도 서비스하는 언니들이 내 등을 살짝 터치하며, 가벼운 인사를 하곤 한다. 사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습들...

 

 

간김에 미드호수를 보려고 했다. 비치가 있다고 해서 찾아갔는데, 대부분 길을 막아놨고, 우연히 찾은 길을 따라 무조건 차를 몰았더니, 이런 곳이 나왔다. 군데군데 캠핑 트레일러들이 서 있고, 표지판엔 15일만 지낼 수 있다는 푯말이 있었다. 황량한 이런 곳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이 고독을 즐길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봤다. 라스베가스까지 가는 길은 우리나라 강원도 국도길을 닮았다. 단지 민가와 작은 물줄기들과 나무들이 없는 넓은 길을 달린다는 차이. 산은 그냥 자갈을 들이부어 높이 쌓인 것 같았고, 들판들은 몇몇 키 낮은 풀들만 있을 뿐, 이런 곳에서 살아간다면, 사람이 그립기도 할것이고 또 사람이 두렵기도 할것 같았다.

 

오래전 일이 기억났다.

그때 나는 인천 간석에서 영등포로 출근하는 길이 었다. 그런데 사람이 너무 많았다. 그 사람들속에서 난 질식할것 같은 느낌이었고, 이곳을 떠나고 싶은 강한 충동에 그냥 서울역까지 가고 말았다. 서울역에서 내려 서점엘 갔고, 그 곳에서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이란 사진에세이집(인도철학자가 쓴것인듯)을 발견하곤, 그 책을 들고 무작정 아무곳으로 떠났던 기억이 난다. "어디로 가든 같다. 그곳에 내가 있슴으로 인해 같아 지는 것이다. 결국 진정한 여행은 나에게로 부터 떠나는 여행"이어야 한다는 그에 말, 그렇다. 나는 지금 태평양을 건너 나를 이곳에 있게 한것이다. 내가 여기에 있기에 나는 떠나오지 못하고 또 차이를 느끼지도 못한체, 같은 것들만 인식하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지금 나는 나에게서 떠나는 여행이 필요한것이다. 나를 그 곳에 두고 오든, 이곳에 나를 두고 돌아가든 말이다. 그러나 이 지독한 애착은 끝내 나를 두고 돌아가지 못하게 할 것이다. 갑짜기 슬픔이 밀려왔다. 이제 창밖에 네온들은 더 이상 눈에 들어오지 못했다. 아직 무엇인지 정의하지 못하는, 이 '사랑'이 가련하기만 했다. 이곳에서 나는 무엇을 두고 떠나야 할까.

'떠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여...  (0) 2012.06.22
고창 청보리밭  (0) 2012.05.14
라스베가스 4  (0) 2012.04.19
라스베가스 2  (0) 2012.04.17
라스베가스 1  (0) 2012.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