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간 행위를 조롱하거나 한탄하거나 경멸하기보다는 이해하기 위해서 끊임없는 노력을 경주해 왔다

베네딕트 스피노자,정치논고,1677년

떠나기

고창 청보리밭

아펙트 2012. 5. 14. 20:22

오래전 어머니에게 가장 드시고 싶은 음식이 뭔지 물어본 적이 있었다.

어머니는 "민물장어"라고 하셨고, 난 그것을 오래동안 기억하고 있었다.

아내 역시 기억하고 있었을 것이다. 어버이날이 돌아오던 지난주 아내는 고창엘 다녀오자고 했다.


부모님을 모시고, 오랜만에 여행을 떠났다.

풍천민물장어촌에서 장어를 먹었고, 선운사를 산책겸 다녀왔다.

동백꽃은 이미 다 떨어져서 몇몇 흔적만 남았고, 대신 이렇게 붉은 꽃이 피어 있었다.



네시간을 넘게 달려온 이곳 고창에서 장어만 먹고 올라가긴 좀 억울한 기분이 들었다.

우린 고창 청보리밭을 가 보기로 했다.

청보리밭은 제법 규모가 커서 기분전환을 하기에 충분했다. 축제 기간이라 사람들이 제법있었다.



도착한 시간은 거의 저녁 6시경,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한 아이는 우산을 높이 든체 보리밭 사이를 달리고 있다.



흩날리는 비와 부는 바람은 사람들을 쓸어가 버렸고, 보리밭은 이렇게 바람따라 사방으로 물결치고 있었다.


딸아이는 노란 우산을 들고, 보리밭 사잇길로 할아버지를 찾아갔다.



사람들은 비를 피하기 위해 오두막으로 모였다.


전날밤 2시간정도밖에 수면을 취하지 못한탓에 운전하는 내내 졸음이 왔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레드불"을 사 마셨다. 이 강렬한 카페인에 기대어 여행을 마쳤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아마도 부모님을 모시고 우리식구가 떠난 가장 먼 여행인듯 하였다. 여든이 넘으신 아버지는 이제 기력이 다 하셨고, 나는 여전히 바쁘다.


이 여행을 다녀온 다음주인 지난 금요일 저녁, 고모님이 돌아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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