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한때는 눈물 많은 짐승이었다. 이슬 한 방울도 누
군가의 눈물인 것 같아 쉬이 핥지 못 했다. 하지만 난 햇살
이 떠오르면 숨어야만 하는 존재로 태어났다. 어둠 속에
갇혀 홀로 세상을 그려야 하고, 때론 고개를 파묻고 깊숙
이 울어야만 한다.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 그런 천형의 삶
을 살고 있는 것인가. 등에 진 집이 너무도 무겁다. 음지
에서, 뒤편에서 몰래몰래 움직이다보면 괜시리 서럽다는
생각이 들고, 괜시리 또 세상에 복수하고 싶어진다. 난 지
금 페허를 만들고 싶어 당신들의 풋풋한 살을 야금야금
베어 먹는다.
오봉옥 시집 "노랑" 중 18쪽
최근에 우연챤게 접하게된 시인 오봉옥, 그의 노란색 시집을 읽었다.
술술 잘 읽히는 그에 '시', 나와 비슷한 시선을 두고 있는듯 했다.
상처, 가만히 있으면 나 스스로가 내게 상처를 내는것 같다. 가만히 지난날을 반추하다보면,
느닷없이 치밀어 오르는 어떤 분노,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닌, 어쩌면 시대가 주어진 삶을 살아가는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당혹감, 돌이키기엔 너무 멀리 왔고, 버릴 수 없는 것이 적지 않다는 이 무력감.
이런것들을 그대로 안고 내일을 살아갈 자신이 없다고, 솔직히 고백한다.
그래 어떻게든 위로를 해야겠지, 다만 이것이 내게 냉소를 가져다 주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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