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간 행위를 조롱하거나 한탄하거나 경멸하기보다는 이해하기 위해서 끊임없는 노력을 경주해 왔다
베네딕트 스피노자,정치논고,167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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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생품(觀衆生品) - 유마경
아펙트2011. 11. 12. 21:06
잠 못 이루는 밤 - 한승원 -
사랑은 늘 혼자 깨어 있게 하고
혼자 헤매이게 한다
그대는 나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그대가 아니므로 나는
어찌할 수 없이 그대를 사랑하는 그대라고 말해야 한다
아, 나의 말은 늘 사랑하는 그대를 죽인다 그러므로
내 그대를 얻어도 얻은 것이 아니고
잃어도 잃은 것이 아니다*
그대 내게 와서 강으로 흐르고
나 그대의 강에서 헤엄친다
사랑함이 있으므로 미워함이 있다 하여
어찌 그대 나 보기를 태워버린*
곡식의 싹같이 하며
나 그대 대하기를
공중에 찍힌 새의 발자국같이 할 수 있으랴.
* 유마경, '관중생품'의 '애견(愛見)으로 대비(大悲)를 일으키지 말라.'
내 어찌 사혹(思惑)을 끊을수 있을까.
버리면 버린만큼 채워지고,
끊으면 끊은만큼 자라나는
아무것도 아닌것을 알면서도 끝내 단념치 못한다.
더이상 버리지도 끊치도 않으려 한다.
그저 품은체로 시간을 살아내려 할뿐이다.
잘라도 자를 수 없다 하였다.
버릴 수도, 비울 수도 없다 하였다.
그랬구나!
아무것도 아닌줄 안다, 하면서도 도저히 어쩔 수 없었던 상념.
그러나 내 어찌 그대를 "공중을 날라간 새의 자취" 처럼 대할 수 있으리.
관중생품(觀衆生品)-유마경
그 때 문수사리가 유마힐에게 물었다.
"보살은 중생을 어떻게 관(觀)해야 합니까?"
유마힐이 대답하였다.
"예를 들면, 마술사[幻師, mykra]가 마술로써 만들어 낸 꼭두각시를 보는 것과 같이, 보살은 중생을 이처럼 보아야 합니다. (보살은) 지혜로운 사람이 물에 비친 달 그림자를 보는 것처럼, 거울 속의 자기 얼굴을 보는 것처럼, 뜨거운 여름날[熱時]의 아지랑이처럼, (사람을) 부르는 소리에 (답하는) 메아리처럼, 하늘에 뜬구름처럼, 파도의 물보라처럼, 물에 뜬 거품처럼, 파초(芭蕉)의 단단한 줄기처럼, 오랫동안 머무르는 (일이 없는) 번갯불처럼,14)(地·水·火·風의 4大 외에) 제5대(第五大)처럼, (色·受·想·行·識의 5陰 외에) 제6음(第六陰)처럼, (6識이 일으키는 6情 외에) 제7정(第七情)처럼, (12入處) 외에 제13입(第十三入)처럼, (18界 외에) 제19계(第十九界)처럼 이와 같이 중생을 보아야 합니다. 무색계(無色界)의 물질[色]을 보듯이, 불탄 곡식[?穀]의 싹과 같이, (身見을 끊은) 수다원(須陀洹)이 신견(身見)을 갖는 것처럼, (다시는 胎를 통하여 태어나지 않는) 아나함(阿那含)이 다시 태에 들어 생을 받음과 같이, (貪·瞋·痴의 3독을 모두 끊어 버린) 아라한이 갖는 3독(毒)과 같이, 진리를 깨달은 경계에 안주[得忍]하는 보살이 탐욕과 성냄과 계율을 범하고자 함과 같이, 부처님께 남아 있는 번뇌의 습기[餘習]와 같이, 장님이 형상[色]을 보는 것과 같이, 마음의 작용이 이미 다한 경지[滅盡定]에 든 사람의 호흡(呼吸)과 같이, 공중을 날아간 새의 자취와 같이, 석녀(石女)가 낳은 아이와 같이, 꼭두각시[化人]가 일으키는 번뇌와 같이, 이미 잠에서 깨어나 생각해 보는 꿈과 같이, 열반[滅度]에 든 자가 다시 몸을 받는 것과 같이, 연기(煙氣) 없는 불과 같이, 보살은 이와 같이 중생을 보아야 합니다."
문수사리가 물었다
"만약 보살이 이와 같이 (중생을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고) 관한다면, 어떻게 자(慈, maitr)를 행할 수 있습니까?"
유마힐이 대답하였다.
"보살은 이와 같이 관을 하고 나서 스스로 다짐합니다. 나는 마땅히 중생을 위하여 이와 같은 가르침[法]을 설할 것이니, 이것이 진실한 자(慈)입니다. 열반의 경지[寂滅]에서 자를 실천해야 할 것이니, (보살에게는) 이미 생하는 일이 없기 때문이며, 번뇌의 불에 타지 않는 자를 실천해야 할 것이니, (보살에게는) 번뇌가 없기 때문이며, 평등한 자를 실천해야 할 것이니, (보살에게는) 과거·현재·미래의 3세가 없기 때문이며, 다툼이 없는 자를 실천해야 할 것이니, (보살에게는 다툼이) 일어날 곳이 없기 때문이며, 차별이 없는[不二, advaya] 자를 실천해야 할 것이니, (보살에게는) 안팎에 얽매임이 없기[內外不合] 때문이며, 무너지지 않는[不壞] 자를 실천해야 할 것이니, 필경에 가서는 다하기 때문이며, 견고한 자를 실천해야 할 것이니, 그 마음이 깨질 수 없기 때문이며, 청정한 자를 실천해야 할 것이니, 제법(諸法)의 자성이 청정하기 때문이며, 끝이 없는 자를 실천해야 할 것이니, (보살의 마음이) 허공처럼 끝없기 때문이며, 아라한의 자를 실천해야 할 것이니, 번뇌라고 하는 도적[結賊]을 물리치기 때문이며, 보살의 자를 실천해야 할 것이니, 중생을 편안하게 하기 때문이며, 여래의 자를 실천해야 할 것이니, (제법의) 진실한 모습[如相]을 얻었기 때문이며, 부처님의 자를 실천해야 할 것이니, 중생들을 깨닫게 하기 때문이며, 자연(自然, svarasamaya)의 자를 실천해야 할 것이니, 인연이 없이 스스로 깨달았기[無因得] 때문이며, 보리의 자를 실천해야 할 것이니, 평등하여 일미(一味)이기 때문이며, 모든 것을 초월한[無等, anropa] 자를 실천해야 할 것이니, 온갖 애욕을 끊어 버렸기 때문이며, 대비(大悲)의 자를 실천해야 할 것이니, 대승으로 인도하기 때문이며, 싫증내지 않는[無厭] 자를 실천해야 할 것이니, 공(空)과 무아(無我)를 관하기 때문이며, 진리를 베푸는[法施] 자를 실천해야 할 것이니, 남겨 두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기 때문이며, 계를 지키는[持戒] 자를 실천해야 할 것이니, 계율을 범한 이[毁禁]들을 교화하기 때문이며, 인욕(忍辱)하는 자를 실천해야 할 것이니, 나와 남을 지켜 주기 때문이며, 정진(精進)하는 자를 실천해야 할 것이니, 중생들의 무거운 짐을 져 주기 때문이며, 선정(禪定)하는 자를 실천해야 할 것이니, 감각적인 기쁨[味]을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며, 지혜(智慧)로운 자를 실천해야 할 것이니, (교화하는) 올바른 때를 모르는 일이 없기 때문이며, 방편(方便)을 갖춘 자를 실천해야 할 것이니, 모든 것을 나타내 보여 주기 때문이며, 숨김이 없는[無隱] 자를 실천해야 할 것이니, 올곧은 마음[直心]은 청정하기 때문이며, 깊은 마음[深心]으로 자를 실천해야 할 것이니, 잡되게 행함이 없기 때문이며, 속임수 없는[無?] 자를 실천해야 할 것이니, 헛되거나 거짓되지 않기 때문이며, 안락(安樂, sukha)한 자를 실천해야 할 것이니, 부처님의 행복을 얻도록 해 주기 때문입니다. 보살의 자는 이와 같아야 합니다."
문수사리가 또 물었다.
"무엇을 비(悲, karu)라고 합니까?"
유마힐이 대답하였다.
"보살이 지은 공덕을 모든 중생과 함께하는 것입니다."
"무엇을 희(喜, mudit)라고 합니까?"
"이익을 얻으면 그것을 마음으로부터 기뻐하며 후회하지 않는 것입니다."
"무엇을 사(捨, upeka)16)라고 합니까"
"복을 지어 도와주지만 바라지 않는 것입니다."
문수사리가 또 물었다.
"생사에 두려움이 있는 보살은 무엇에 의지해야만 합니까?"
유마힐이 대답하였다.
"보살이 생사의 두려움에 있을 때에는 여래의 공덕의 힘에 의지해야만 합니다."
문수사리가 또 물었다.
"보살이 부처님의 공덕의 힘에 의지하고자 할 때에는 어디에 머물러야만 합니까?"
유마힐이 대답하였다.
"보살이 여래의 공덕의 힘에 의지하고자 할 때 마땅히 모든 중생을 제도하여 해탈시키는[度脫] 일에 머물러야 합니다."
또 물었다.
"중생을 제도하고자 한다면 마땅히 무엇을 제거해야 합니까?"
답하였다.
"중생을 구하고자 한다면 마땅히 그 번뇌를 제거해야 합니다."
"번뇌를 제거하고자 하면 무엇을 해야 합니까?"
"올바른 마음을 내어야[正念] 합니다."
"어떻게 하면 올바른 마음을 쓸 수 있습니까?"
"마땅히 생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도록 마음을 써야[行] 합니다."
"어떠한 것을 생하지 않게 하고, 어떠한 것을 멸하지도 않게 해야 합니까?"
"불선(不善)은 생하지 않게 하고, 선법(善法)은 멸하지 않게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