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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과 낮 - 홍상수
아펙트
2012. 3. 21. 00:10
어찌하다보니, 홍상수 감독의 작품만 보게 되는 요즘이다.
줄거리는 뭐 간단하다. 홍감독 영화 줄거리가 거기서 거기 아닌가?
나...이제 뻔뻔해 진것 같다. 아니지. 바르트가 말하지 않았던가. 사랑에 빠진자는 고통을 속여서, 순진성을 속이려고 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잘못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자, 라고.
성남(김영호)은 사랑에 빠진 자, 인가? 유정(박은혜)에게 침대에서 '사랑'한다라고 했으니 아마도 사랑하는 것이겠지, 한국에 두고온 아내(강수정)를 밤마다 그리워 하고, 파리 에선 젊고 매력적인 유정에게 끊임없이 구애를 하고, 성남을 마음에 품고 있는 옛연인과 유정의 룸메이트인 현주는 거들더 보지도 않는 성남. 무엇을 그러워 하는것인지, 파리에서의 성남은 사실 아무런 실체적 존재감이 없다. 그저 파리 이곳 저곳을 떠돌아 다니고, 파리의 한인들의 파티에 하숙집 주인과 같이 마실 다니는 한량일뿐, 그가 그리워 한건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존재감인지도 모른다.
이런 무기력속에서 그래도 구원이라 할 수 있는건 타인과의 사랑이라는 감정이 아닐런지, 물론 성남은 유정의 젊고 도도한 육체를 탐하려고 했던것이겠지만, 인간은 이런 존재인것이다. 그것이 상상하고 꿈꾸는 것에 그칠지 실재로 실현하려고 하는지의 차이가 있을 뿐은 아닐까. 그래서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보면 기분이 나쁘다. 나혼자 컴컴한 곳에서 상상해야 할 것들을 아무렇치 않게 까발리고 있으니.
기억나는 몇개의 씬을 소개한다.
대마초를 피운것이 발각된 성남은 두려움에 못이겨 파리로 도피를 온다. 한인이 하는 하숙집(게스트하우스)에 거처를 정한 성남은 하숙집 아저씨의 소개로 몇몇 사람을 소개 받고, 파리 곳곳을 할일 없이 떠돌며 귀로를 잃은 자신의 처지를 밤마다 아내와 통화 하며 한탄하는 그런 무기력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1
세침한 유정의 저 표정, 당연한 것을 얻지 못하는 것같은 성남의 뻔뻔스런 표정(이런것도 순진함이라고 해야 하나?), 유정은 길가 까페에서 콜라를 마시며 명상을 하는듯이 앉아 있다. 성남이 반대편 길에서 지나가는 것을 인식하고, 몸을 더 꼿꼿이 세우는 유정(이리 오지 않고 뭐하는거야? 하는듯), 지나치다 뒤듯게 유정을 인식한 성남은 길을 건너 이 그림처럼 자리에 앉는다. 그리고 뭐라뭐라 하는데, 정확한 대사는 기억나지 않치만, 너랑 사귀고 싶다, 갖고 싶다. 이런 뉘양스인듯, 대 놓고 말하는 성남, 어이없어 하지만 거부의 의사가 별로 느껴지지 않는 유정의 응답.
#2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옛연인, 성남은 그녀를 알아보지 못한다. 그녀는 성남과의 연얘기간동안 수차례 중절수술을 했노라고 고백하고, 지금은 이곳에서 프랑스인과 결혼해서 살고 있다고 말한다. 그녀는 그리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무엇이 그녀를 허무하게 하고 있는지는 잘 알 수 없지만, 그녀는 한때 사랑했던 이 남자 성남과 섹스를 원했다. 낮시간의 모델에 들어온 둘, 사워후 가운을 몸에 두른 그녀를 불러 앉친 성남은, 성경구절을 읽어주며 이 '죄악'에 빠지면 않된다고 말한다. 성남은 왜 그녀와의 섹스를 '죄악'이라 했을까. 뭐 뭔 깊은 뜻이 있지는 않을것이다. 단지 이 만남을 그녀의 남편이 알고 있고, 조금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는 사실, 잘못될 경우 입게될 '벌'이 지금의 '쾌락'보다 크다고 판단했는지도. 아무튼 그녀는 얼마후 자살을 한다. 성남은 길거리에서 하숙집 주인의 품에 안겨 "제가 죄인입니다!!"를 뇌깔이며 울먹인다.
#3
몇몇 사건이 있은 후, 유정은 성남을 어느정도 받아 들이고, 둘은 교외로 여행을 떠난다. 남자다움이 좋다는 유정, 그말에 객기를 부리는 이 아저씨 성남, 둘은 호델에 들어와 드디어 섹스를 하게 된다. 임신의 위험이 있다고, 콘돔을 사오라는 유정의 말에 밖으로 나간 성남은, 약국에선 "여자손님이 너무 많았고, 약사가 여자라서" 사지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 온다. 참 우리나라 남자들의 찌질함(이놈의 엄숙주의와 체면은...)을 잘 대변하고 있다. 나라고 별반 다를것 같지 않다. 아무튼 둘은 위험한 대책없는 사랑을 한다.
#4
이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여자. 저 매혹적인 눈빛, 영화속에 주인공의 외모와 스토리는 어느정도의 비율로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건지 영화를 잘 모르는 나는 알 수 없다. 유정은 어떤 비밀을 가지고 있으나 그 자세한 내용은 영화에서 말하지 않는다. 이 영화는 주인공 성남의 철저한 시선속에 갇혀 있다. 중요한건 이 실체감 없는 사람의 이야기 일뿐이다.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울먹이는 목소리로 임신을 했다고 말한다. 성남은 당장 귀국하겠다고 말한다. 어떻게 갑짜기 귀국할 용기를 얻은것일까? 파리의 현 상황이 갑짜기 또다른 두려움을 가져다 준것일까?, 공항까지 배웅하는 유정, 그녀는 자신이 임신 한것 같다고 말한다. 서로가 암묵적으로 파리에 있는 동안 애인일 것에 동의한 두 사람, 두 사람의 만남 자체에 대해선 어떤 도덕적인 판단을 하고 싶지는 않치만, 엄연한 잘못된 결과인 임신에서 비록 양심의 가책( 이마저도 없을까?)를 가지겠지만 비교적 자유로운 남자 성남과 그렇치 못하게 되어 버린 여자 유정.
귀국후 아내는 성남을 돌아오게 하려고 거짓말을 한것이라고 말한다. 구원받았다는 듯 안도하는 성남, 즐거운 아내, 이 시츄에이션은 또 뭔가...성남의 꿈속에서 나온 어떤 여자와의 사건( 성남이 폭력성을 보이는 )은 무얼 의미 하는 걸까.
독서을 하던, 영화를 보던 난 할 수 있는 한 어떤 판단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다만 그 작가가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에 귀를 기울인다. 홍상수감독이 영화를 통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또 그에 목소리에 귀를 기우릴 만큼 정신적인 여유가 있는것도 아니니, 그냥 이렇게 영화를 보고 생각나는대로 적을 뿐이다.
줄거리는 뭐 간단하다. 홍감독 영화 줄거리가 거기서 거기 아닌가?
나...이제 뻔뻔해 진것 같다. 아니지. 바르트가 말하지 않았던가. 사랑에 빠진자는 고통을 속여서, 순진성을 속이려고 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잘못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자, 라고.
성남(김영호)은 사랑에 빠진 자, 인가? 유정(박은혜)에게 침대에서 '사랑'한다라고 했으니 아마도 사랑하는 것이겠지, 한국에 두고온 아내(강수정)를 밤마다 그리워 하고, 파리 에선 젊고 매력적인 유정에게 끊임없이 구애를 하고, 성남을 마음에 품고 있는 옛연인과 유정의 룸메이트인 현주는 거들더 보지도 않는 성남. 무엇을 그러워 하는것인지, 파리에서의 성남은 사실 아무런 실체적 존재감이 없다. 그저 파리 이곳 저곳을 떠돌아 다니고, 파리의 한인들의 파티에 하숙집 주인과 같이 마실 다니는 한량일뿐, 그가 그리워 한건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존재감인지도 모른다.
이런 무기력속에서 그래도 구원이라 할 수 있는건 타인과의 사랑이라는 감정이 아닐런지, 물론 성남은 유정의 젊고 도도한 육체를 탐하려고 했던것이겠지만, 인간은 이런 존재인것이다. 그것이 상상하고 꿈꾸는 것에 그칠지 실재로 실현하려고 하는지의 차이가 있을 뿐은 아닐까. 그래서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보면 기분이 나쁘다. 나혼자 컴컴한 곳에서 상상해야 할 것들을 아무렇치 않게 까발리고 있으니.
기억나는 몇개의 씬을 소개한다.
대마초를 피운것이 발각된 성남은 두려움에 못이겨 파리로 도피를 온다. 한인이 하는 하숙집(게스트하우스)에 거처를 정한 성남은 하숙집 아저씨의 소개로 몇몇 사람을 소개 받고, 파리 곳곳을 할일 없이 떠돌며 귀로를 잃은 자신의 처지를 밤마다 아내와 통화 하며 한탄하는 그런 무기력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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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울먹이는 목소리로 임신을 했다고 말한다. 성남은 당장 귀국하겠다고 말한다. 어떻게 갑짜기 귀국할 용기를 얻은것일까? 파리의 현 상황이 갑짜기 또다른 두려움을 가져다 준것일까?, 공항까지 배웅하는 유정, 그녀는 자신이 임신 한것 같다고 말한다. 서로가 암묵적으로 파리에 있는 동안 애인일 것에 동의한 두 사람, 두 사람의 만남 자체에 대해선 어떤 도덕적인 판단을 하고 싶지는 않치만, 엄연한 잘못된 결과인 임신에서 비록 양심의 가책( 이마저도 없을까?)를 가지겠지만 비교적 자유로운 남자 성남과 그렇치 못하게 되어 버린 여자 유정.
귀국후 아내는 성남을 돌아오게 하려고 거짓말을 한것이라고 말한다. 구원받았다는 듯 안도하는 성남, 즐거운 아내, 이 시츄에이션은 또 뭔가...성남의 꿈속에서 나온 어떤 여자와의 사건( 성남이 폭력성을 보이는 )은 무얼 의미 하는 걸까.
독서을 하던, 영화를 보던 난 할 수 있는 한 어떤 판단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다만 그 작가가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에 귀를 기울인다. 홍상수감독이 영화를 통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또 그에 목소리에 귀를 기우릴 만큼 정신적인 여유가 있는것도 아니니, 그냥 이렇게 영화를 보고 생각나는대로 적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