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2

아펙트 2012. 2. 14. 21:55

그녀가 어디에 갔는지 알 수 없었을 때도, 그때에 느끼는 고민을 진정시키는 특효약이란, 오데트가 돌아와서 눈앞에 있다는 것, 말하자면 그가 그녀의 옆에 있는 아늑함이어서(이 특효약도 모든 약제처럼 오랜세월 동안에는 병을 더하게 하는 것이지만, 적어도 잠시 동안 고통을 진정시켰다), 오데트가 허락만 해준다면, 설사 그녀가, 집을 비우더라도, 그녀의 방에 그대로 눌러앉아 그녀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족하였을 것이다. 그녀가 돌아올 무렵에는 고민도 가라앉아, 그녀가 집을 비웠던 몇 시간은, 그의 몸과 마음이 마술에 걸리고 저주에 걸린 시간이지 보통 시간이 아니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을 거다. 그런데 그녀는 그러기를 원하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그는 집으로 돌아갔다. 오는 도중 여러 가지 계획을 짜 보았다. 다시는 오데트를 생각 말자고 스스로 다짐하였다. 잠자리에 들어가 불을 껐을 즈음에는 내일은 걸작 미술품을 보러 가야겠다는 희망으로 가슴이 부풀었다. 그런데 잠들려고, 평소 때의 습관으로 무의식 중에 억누르고 있었던 참을성을 늦추자마자, 한꺼번에 오한이 전신에 흘러, 와락 흐느껴 울기 시작하였다. 그는 까닭을 알려고 들지 않고, 눈물을 닦고 웃으며 혼잣말하였다. ‘이거 재미있는걸, 내가 신경쇠약이 됐나 봐.’ 그러고 나서 그는, 내일도 또 오데트가 어떤 소행을 하였는지 알고자 애쓰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 그녀를 만나기 위하여 갖고 있는 여러 힘을 다 부려 봐야 하겠구나 하는 생각에 크나큰 피로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휴식도 변화도 없는, 성과 없는 이 어쩔 수 없는 활동이, 그를 어찌나 견딜 수 없게 하였던지, 어느 날 배 위에 부스럼이 난 것을 알아채고는, 이건 필경 목숨을 앗아 갈 종기다, 다시는 아무것에도 시달리지 않게 되는 거다, 이 병이 다가올 마지막 날까지 이 몸을 지배하고 장난감으로 삼을 거라는 생각에 마음속으로 기뻐하였다. 또 실상, 이 시기에 그가 입 밖에 내지 않았지만, 자주 죽음을 바라게 된 것도, 말하자면 격심한 마음의 아픔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보다, 오히려 노력의 보람이 조금도 없는 단조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였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2(스완네 집 쪽으로) 중 192쪽


질투,상사
꽤 오래, 집중해서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고작 100여쪽밖에 읽지 못했다. 너무나 지루하게 묘사되고 있는 오데트에 대한 스완의 질투, 그리고 상사 가슴이 답답해져 책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몇번이나 억누르면서 읽고 있다. 나는 왜 이 책을 읽고 있는것인가. 내가 이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