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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치는 여자 - 엘프리데 옐리네크

아펙트 2010. 10. 2. 20:27
"남녀간의 형식적인 대결구도로 진부해져버린 종래의 페미니즘 소설들을 뛰어넘어, 현대적 인간 관계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안목으로 사회와 문명에 대한 깊은 통찰까지 담아낸 새로운 페미니즘 소설" 이라고 알라딘 책소개에 나와 있다.
 
"옐리네크는 언어를 다루는 비범한 열정으로 세상의 상투어들이 얼마나 부조리하고 압제적인가를 폭로하며 인간의 말과 말 사이의 싸움을 음악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작가는 작품 에서 폭력과 굴종의 냉혹한 세계를 특히 잘 표현해 내고 있다" 2004년 노벨문학상 수장자 발표에서 언급된 말이다.


녀석이 빌려준 책이다.
빌린후 한참동안 읽고 있지 않았다.
이책을 왜 페미니즘 소설이라고 하는지 이해 할 수 없다.
이책은 폭력에 가까운 억압과 최소한의 자유의지 조차 허용되지 않는, 증오의 대상인 어머니 밑에서 성장해야 했던 한 여성의 이야기 이다.
 
아버지의 부재, 그리고 어머니에 의해서 여성성을 억압 당한채 살아가야 했던 한 여성의 일그러진 발달과정과 거기에서 오는 온갖 정신 병리학적 현상에 대한 임상보고서에 가까운 책이라고 볼 수 있다.
 
그녀의 성장과정과 육체적으로 어른이 된후, 연하의 한 남성과의 사랑. 그리고 결국 치유되지 못한 비극적인 결말.
 
정상적인 발달과정을 가질 수 없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렇다고 그 사람들이 모두 병리학적 심리상태를 가지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프로이드 학파의 주장대로, '치유자 원숭이'가 그녀에게 필요했던 것일꺼다. 그러나 불행이도 그녀는 '마초'로 상징되는 그런 남자와 사랑을 하게 되었고 그 사람에게 마조히즘적인 성행위를 부탁하는 편지를 보내고 만다. 남자는 그 편지를 자신의 남성성에 대한 철저한 부정과 도전으로 인식하고 내재된 폭력성을 드러내며, 그녀를 강간한다. 그녀는 그런 편지를 쓰면서도 내내 그남자가 "절대 그럴수 없다"라고 하길 간절히 소망했다. 그렇게 된다면 결국 그 사랑이 이뤄지지 않는다 하여도,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한 사람을 영원히 얻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소망처럼 말이다.
 
그 사건이후 그녀는 남자가 다니는 대학으로 칼 한자루를 가슴에 품고 찾아 간다. 그곳에서 아무렇치 않게 또래의 친구들과 젊은 여성들과 웃고 떠들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만다. (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인간은 오디푸스컴플렉스를 극복한 후에야 정상적인 성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다고 한다. 한가지 의문이 되는점은 그 컴플렉스의 대상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엔 어떻게 되는것인가 하는 점이다. 지금까지의 학습으로 알 수 있는 것은 그 컴플렉스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발현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정상적인 심리발달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코 유쾌하지 않은 소설 그렇다고 책선전문구처럼 '노골적인 성묘사'는 그리 노골적이지 않다( 최소한 하루키처럼 그렇치는 않을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리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일독을 권하고 싶다